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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인들의목소리

그때였다.그 타래 부분에 붉은 주머니가 두어 개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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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잡어 작성일21-04-20 13:08 조회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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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그 타래 부분에 붉은 주머니가 두어 개 매달려 있었다. 아마도 연주할 때마다 은은히 향냄새가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향을 넣어 두고 있는 향낭인 모양이었다.나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무정란의 중성이다.어디선가 왕릉의 문닫는 시간을 알리는 듯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날이 새도록 오직 하나의 상념으로 밤을 새웠으므로 그의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만약 왕조가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황위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내겐 어머니의 비천한 기생의 피가 흐르고 있다. 내 아버지인 의친왕에게도 비천한 기생의 피가 흐르고 있다. 아버지의 무덤 곁에 묻혀 있는 아버지의 생모인 장씨에게도 기생의 피가 흐르고 있으므로, 나는 반인반수의 스핑크스다. 그러나 나는 안다. 왕조가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스물여덟 명의 이복형제들을 따돌리고 대군으로 떠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지지 않았을 것이다. 황위를 노리는 권력 다툼이 있었다면 나는 반드시 이겼을 것이다. 반정을 꾀하여 혁명을 이루어서라도 나는 황위에 올랐을 것이다..어떻게 되셨냐니까요.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간밤에 홀로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그 장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일한 아들인 나조차도 없었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나는 이미 자식으로서 차마 하지 못할 엄청난 불효를 저지르고 만 셈이었다.펴지를 잘 받았습니다.그렇습니다, 스님.이 몸의 고독한 자아만이 님께 드릴 마지막 제물로 남아 있겠지요.만공은 술도 고기도, 그 어느 것도 사양치 않았다. 기생이 술을 따라 주면 이를 받아먹고 기생이 가까이 다가와 앉으면 그 손을 잡아 보고 옷섶에 손을 넣어 가슴을 쓰다듬어 보기도 하였다.소용없습니다요. 스님한테서 뱃삯을 받으면 날벼락을 맞을 것이구먼유. 그냥 가세유. 지가 스님을 건네드린 것은 지가 좋아서 한 일이니깐유.다음날 아침.나는 그날 밤 그 절의, 이름도 모르는 주지 스님을 향해 편지를 썼었다. 편지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였다.경허는 대답 대신 짚신을 신은 채 물로 첨벙첨벙 뛰어들
초선의 이름은 아버지 의친왕이 16세의 동기와 첫날밤을 치르고 나서 어머니에게 내려준 예명이다. 어머니는 그것을 자신의 기명으로 삼고 평생을 지냈다. 이제는 술상에 앉아 가야금을 뜯을 수 없는 파파 할머니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자신의 옛 퇴기 이름을 버리지 못하여 동리 사람들에게조차 불리고 있다. 어머니, 초선 어머니. 이름 그대로 풀잎처럼 아름다운 어머니. 아아, 기생 어머니. 내 마음에서 이미 죽어 무덤에 묻히고 살도 썩어 탈골되어 뼈만 남은 기생 어머니.님의 종인 죽음이 이 몸의 문 앞에 있나이다.처음으로 찾아오는 절의, 그것도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그 절의 주지 스님을 이러한 어두운 한밤중에 불쑥 찾아온다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조금 마음이 꺼림칙하였다.언제 도착하셨습니까.내가 여기에 있는 게 못마땅하게 느껴지실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나보구 도련님을 부축해서 잠자리에 재우구 수발을 들라고 하셨다구요. 그처럼 화난 얼굴은 하지 마세요. 내가 내 발로 온 것은 아니고 엄마가 가라구 해서 왔으니까요.그리고 탁상 위에는 떠나면서 휘갈겨 쓴 스승의 문장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경허는 스승이 남기고 간 마지막 문장 하나를 유심히 읽어보았다.그 육체 속에 어젯밤까지만 해도 나를 낳은 어머니의 영혼이 깃들여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육체는 실컷 입다가 버린 낡은 옷과 같아 보였다. 오랜 세월을 입고 살아가느라 육체의 옷은 빛바래고, 꾸겨지고, 성한 곳이라고는 한 곳도 없이 기워지고 찢어지고 있었다. 그 육체가 한때는 생명을 받고 태어나 사랑을 하고, 남자의 몸을 받아들이면서 쾌락에 신음하던 살아 있는 몸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저 낡은 허물과 같이 보일 뿐이었다.맑은 강 위 적막한 사이에 홀로 떠 있는 암자 없는 나룻배를 바라보는 경허의 마음속으로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일탄운시하곡그게 아니라, 남자들이 어머니를 싫어하는게지요. 호호백발의 할머니니까요.아무 걸림이 없이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과 같다.잠결에 들으셨던 노래 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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